🔥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맞이하며  

 *덕질: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뜻하는 한국어 신조어

👀 무료 정책의 숨겨진 그림자 

 국립중앙박물관읜 2008년터 무료 개방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그후 2023년 418만 명의 관람객, 세계 6위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수치 뒤에는 비용 구조의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산하기관들이 쓴 돈은 2021년 1855억원에서 2022년 2017억원으로 8.7%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 국립중앙박물관에 방문한 외국인 방문자는 1만4000명에서 7만 명으로 5배 늘었습니다. 2024년 상반기에는 9.5만 명에 달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결국 우리 세금으로 외국인들의 입장료를 대신 내주는 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생태계 파괴도 심각합니다. 국립이 무료로 양질의 전시를 제공하니까, 사립 미술관들은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국립미술관보다 별론데 입장료를 왜 받냐"는 항의를 받아도 대꾸할 말이 없다는 사립미술관 관장들의 하소연이 현실을 보여줍니다.

 세계 박물관 순위 1위를 차지한 루브르 박물관은 최근에도 입장료를 인상하며 2025년 기준 22유로(약 3만 6천원)를 받습니다. 2위인 바티칸 박물관의 입장료는 8유로(약 1만 3천원) 입니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들이 당당히 입장료를 받는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일까요?

 일반적으로 적정한 입장료는 방문자의 '몰입도'를 높인다고 여겨집니다. 내 돈을 지불했을 때 비로소 진지하게 감상하게 되고, 그래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유료 관람객이 늘어나야 박물관도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됩니다. 반면 무료일 때는 "돈 아깝다"는 불평도 없고, 뚜렷한 경쟁 압박이 없어 품질 개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물론, 국립중앙박물관은 예외입니다.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이 있는 '사유의 방'을 비롯해 세계적 수준의 전시 품질로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방문객들은 "이정도 퀄리티의 박물관이 무료라니!"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이니까요.

 🚀 가격 정책으로 방문객이 늘어난 경복궁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서울 필수 코스 중 하나인 경복궁은 2005년 입장료를 1,0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3배 인상이었지만, 그 이후 20년간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셈입니다.

 몇 년 전부터 시행된 '한복 착용 시 무료 입장' 정책은 경복궁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방문객들이 한복 대여비 7,000원을 지불하고 사실상 총 4,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입장하는 새로운 관람 패턴이 생겨난 것이죠.
이 정책의 가장 큰 성과는 시각적 몰입감 극대화였습니다. 경복궁 곳곳에서 한복을 입은 관람객들이 조선시대 궁궐의 본래 모습을 재현하며, 마치 진짜 과거로 돌아간 듯한 생생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특별한 경험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입소문 마케팅의 대표 사례가 되었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체험'으로 각인되며 방문 욕구를 크게 자극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복을 착용한 경복궁 관람객 수는 2021년 10만 명에서 2023년 146만 명으로 무려 14.6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관광객 증가를 넘어 '체험형 문화관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3,000원은 여전히 커피 한 잔 값 수준이라 사람들이 "여전히 저렴한 문화 체험"으로 받아들이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가격대입니다. 

 하지만 진짜 게임 체인저는 한복 연계 전략이었습니다. 경복궁 주변 한복 대여점들이 평균 7,000원 정도의 대여료를 받는 상황에서, 한복을 착용하고 오면 입장료를 무료로 해주는 정책을 시행했거든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4,000원에 한복을 빌리는 셈"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경험 가치의 극대화였습니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서 찍는 사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SNS용 컨텐츠 제작', '특별한 추억 만들기'라는 부가가치를 갖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이제 궁궐 관람비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위한 투자'로 그 3,000원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프라이싱의 핵심 원리를 잘 보여줍니다. 가격 그 자체보다는 소비자가 그 가격을 어떤 '가치 맥락' 속에서 해석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